극락강을 마주보며 ... 오소후

훼를 치며 해오라기가 날아오른 강가에 저마다 소원을 밝힌 연등이 동동 떠간다.
구천을 울리던 기도소리 웅얼대는 강물에 섞이고 두 손을 마주 모을 때 하늘과 강도 몸을 포갠다.
아, 어디서 생겨났다가 이리 모여 또 다시 저 꽃불같이 떠내려가는 걸까

우리는
강심에 노니는 은빛 고기떼들도 구름을 뜯어 물다가
또 어딘가 흘러 닿으면 새떼라도 되어 날아오를 것인가 강변 모래둔덕에 깊이 박힌 발목들을 뽑으며 미친바람이 재앙스레
건너는 들녘을 지나 된장국내 나는 마을로 돌아갈 터지만 끝간데 없이 닿고 싶어 진저리 쳐지는 극락이여, 그 먼 동경을 방생한다

오소후 시인 : 1948년 ~ 전남대학교 영문학과 졸, 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 (2001),
시집 「좀꽃마리」 외 4권 : 번역시집 2권 「나는 꽃」

<대나무들창을 열며>
초파일이다. 진정성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색은 끝이 없다. 자신을 흰 종이로
보고 어떤 그림을 그려둘까 골돌히 탐구한다. 각자 시간을 디자인한다. 그 노정에서
만나는 어리석음, 욕심, 분노 등을 삭감시키는 방편은 여러 가지이다.

절집에서도 화두를 들거나 참선을 하거나 불사를 하거나 다양한 일들이 있다. 하도
궁금해서 기와보살로 열 달을 지내보았다. 참 단순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찌 양면성이 없으랴. 아직도 먼 사람다운 사람살이에 헛헛한 웃음만 남겼을 뿐이다.

무등산이며 극락강이며 불교적 이름의 강산이 에둘러 있는 빛고을에서 또 다른 세상을
본다. 봄밤, 야경이 아름다운 극락강에 서있노라면 그 무언가 희망이거나 사랑이거나
무슨 좋은 일이 생겨날 것만 같다. 지금 여기가 바로 극락이라는 확신 같은 거 그런 거
불끈 솟아난다. (芝暄堂)

교육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