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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감상 『노란 민들레』

2021. 07.13(화) 14:11
노란 민들레(사진=이영지 기자)
노란 민들레

이만실

담장 모퉁이에 노란 민들레
길손의 정겨운 넋

무념의 세상에 선대들이 그러하듯
곧은 자세로 웃고

짧은 인생 미련 없이
바람 따라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

사뿐히 내려와서
돌봄도 없이 다음 생을 준비하네

짧은 인생 민들레 닮았어도
흔들림 없는 곧은 마음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알아주는 이 하나 없어도
구름처럼 가는 세월 아름다운
선물로 우리 또한 그리하리라

마지막 인생
민들레 홀씨처럼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리오

바람 따라가는 길
홀씨 날 듯 지나간 삶을 도란도란
속삭이며 새로운 생을 기약하면
가는 길 외롭지 않으리

현대문예 2021년 114호
이만실 시인 등단작품 중에서

시인 소개

이만실 시인, 호남대학교 대학원 석사, 동신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중앙전력 대표이사, 전남 기후&환경네트워크 상임대표, 나주문화원 이사, 광주카톨릭 상장례봉사자회 회장, 카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원 교수

[독자의 시선: 교육연합뉴스= 이영지 기자]

시인은 어느 날 담장 모퉁이에 핀 노란 민들레를 바라보고 있거나 바라보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민들레는 흔한 꽃이지만 아스팔트 사이나, 후미진 곳에 주로 자라고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사로잡는 꽃은 아니다. 그래서 흔히 민들레는 민초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 시에서 화자는 민들레를 민초를 상징하는 차원을 넘어 인생을 노란 민들레에 빗대어 “길손(먼 길을 가는 나그네)의 정겨운 넋”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민들레를 통해 자신의 나그네 같은 인생을 투영해보고자 하는 듯하다. “정겨운 넋”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민들레는 “영혼을 품은 민들레”이다.
그런데 화자가 하얀 민들레가 아닌 노란 민들레를 가져온 연유는 무엇인가? 하얀꽃은 주로 죽은 이를 추모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화자는 “길손의 정겨운 넋”을 “하얀 민들레”가 아닌 “노란 민들레”로 표현함으로써, 민들레를 “부활체”로 환생시키고 있다.

이 세상은 각종 이념이 난무한 곳이며 날마다 전쟁통 속이다. 그러나 화자는 차라리 무념의 세상에 살고 있을 선대들을 떠올리고 있다. 선대들(조상의 세대)이 계신 곳은 무념의 세상이 아니겠는가. 시인은 민들레의 꽃만을 응시하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홀씨를 받치고 있는 줄기와 홀씨들과 이파리까지 세심히 혹은 무심히 바라보며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인간 본연의 깊은 철학적 고민을 던져보고 있다. 그런데 시인은 선대들은 “곧은 자세로 웃고”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념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곧은 자세로 웃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선대들은 마치 선비들처럼, 곧은 자세, 의로운 자태로 웃고 있으니 마치 도의 경지에 이른 “성인(聖人)”과도 같은 모습이다.

봄에 피어 가을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야 하는 민들레 홀씨처럼, 인생은 짧기만 하다. 하지만 3연에서 이미 민들레 홀씨는 솜털처럼 가벼운 모습을 하고 바람에 날릴 준비를 모두 끝낸 상태다. 그들은 한 올 한올 바람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을 따라서 순응하며 소풍가듯 유유자적 날아가는 가는 것이다. 마치 풍등처럼 말이다. 짧은 인생, 어찌 후회가 없으며 미련이 없으랴! 하지만 화자는 저 민들레 홀씨처럼, 자신도 미련 없이 때가 되면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저 창공을 날아가겠다는 영혼의 다짐을 하고 있다.

인생은 되돌아 보면 일장춘몽이요 또한 어느새 세월은 빠르게 흘러 죽음이 한발 한발, 성큼성큼 다가오니 짧기만 하다. 그러나 화자는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 보지 않는다. 민들레 홀씨는 날아갈 때는 마치 죽은 모습 같았으나, 대반전이 있지 않은가! 죽은 듯 날아가며 그 안에 생명의 씨를 품고 있었으니, 죽음이 과연 인생의 끝일까? 화자의 눈에는 오히려 죽음이란 또 다른 시작이요,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화자는 그 시간은 “돌봄도 없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그곳에서 혹시 외롭고 쓸쓸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음 생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 믿고 있다.

시인은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마음을 독자에게 열어 젖히어 맨살의 날것을 꺼내어 보여주고 있다. 짧은 인생을 민들레로 비유했고, 곧은 마음은 민들레 꽃대로 표현했다. 앞의 내용을 풀어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남은 인생에 대한 심정과 삶의 태도, 다짐, 바램을 강조하고 있다.

민들레처럼 시인의 인생도 이 세상에서 알아주는 이 하나 없었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닌 저 자연의 세계는 혹시 알아줄까. 아니면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는 알아줄까.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구름처럼 가는 세월을 잡을 수도 만질 수도 붙잡아 놓을 수도 없으나 오히려 시인은 자신의 소박했던 삶 자체를 불평없이 선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또한 그러한 삶의 자세를 가지는 건 어떨지 제안하면서…….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어느새 초로에 접어든 화자. 화자는 인생의 중반을 넘어 이제 남은 인생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때가 되면 언젠가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고 있다.

앞선 3연에서 “짧은 인생 미련 없이 바람 따라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에서 살짝 보여줬던 인생관과 죽음을 대하는 철학적 삶의 자세를 다시금, 점진적, 구체적으로 표현하면서 시는 마무리 되고 있다.

어찌 죽음의 문제가 개인만의 것일까. 그는 홀씨로 날아가면서도 혼자가 아닌 생을 다한 다른 홀씨들과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외롭지 않게 갈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이생에서 함께 추억을 쌓았던 홀씨들은 마지막 바람결에도 지난 삶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다음 생애에 다시 또 만나자”고 약속하고 있다.

참으로 정겨운 모습이다. 이들은 또다시 봄이 되면 어느 담장 밑에 노란 민들레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길손의 정겨운 넋”으로 말이다.
어쩌면 그 담장에 핀 노란 민들레꽃은 환생한 시인 자신이거나 또는 전생에 함께 했던 반가운 가족이나 벗일 것이다. [글: 교육연합뉴스= 이영지 기자]

이영지 기자 psw4488@naver.com        이영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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