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사랑이라고 하나
황 학주

갸름하게 빠져 나가는 밤버스
가슴을 오므라뜨려서 경적소리를 내고
네게 간다
전염처럼 빠른 사랑이었다
살이 빠지는 한숨이 있고
물든 즐거움을 저버려야 하는
악몽초자 눈독을 들이던 사랑
아직도 네게 길들지 않는 두드러기 빨갛지만
이 모래들판에서
목 빠지게 못 잊었던 기다림의 궁지
쪽쪽 활처럼 젖히며 가고 싶었던 사랑
이렇게 가슴 상한 여기를 마음이라고 하나
여기를 사랑이라고 하나
네게 화상같이 벌건 오장을 보일 수가 없다

황학주 시인 1954년 광주출생 우석대학교 박사 시집 「사람」
피스프렌드 대표

<대나무들창을 열며>

봄밤이 아프게 지나갔다. 혼자 지내던 나의 지인은 나이 육십 들어 처음 사랑을 알았는데 몇 번의 웃음을 나누었다고 한다. 아직 그를 알아갈 시간도 충분치 않았는데 마음에는 이미 큐피드의 화살이 꽂힌 후였지만 두어 달 뒤 사망이라는 부음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울었다. 눈물이 봄시내처럼 흘러내렸다. 내 보기엔 그녀도 죽을 것만 같았다.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응급실을 몇 번 실려 가고 가슴에는 부황을 떠서 시퍼렇다. 할 일이 눈앞에 가득한 그녀. 안쓰럽다. 사랑이라 이름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고쳐 불러보아도 소용없다고 한다.

정말 ‘여기를 사랑이라고 하나’ 황학주시인의 시처럼 화상같이 ‘벌건 오장을 보일 수가 없어’ 오늘 밤은 ‘주기도문’을 외우는 그녀. 성녀의 모습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해주시고’, ‘여기가 사랑이라고 하나’를 초월한 마음자리로 이동해야만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이웃사람이 말한 것이다. 봄밤이 또 지나간다. 사랑하는 마음은 꿈쩍도 하지 않는데 시간은 흘러간다. 또 봄 햇살이 다른 사랑을 키워나갈 것을 믿는다. (芝暄堂)

교육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