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 ...정정순

얼굴 없는 천년의 바람이 분다

계백의 우렁찬 말발굽 소리
처절한 울음이 탄다

절벽 가녀린 여인들 비장한 정열
백마강 붉은 치마폭 조용히 푸른 물 불사르는

황토 빛 물길 고즈넉이 눈물 따라 흐르고

억겁을 밟으며 이슬 내린 고란초 천상의 샘물
맑고 푸른 참선한다

우리 실은 황포돛배 세상 끝으로

개망초만 실없이 살랑대는
구드래 나루

정정순 : 1947년 생 E-mail : ccs1095@daum.net
전남 장성 출생 한국문학예술작가회회원

<대나무 들창을 열며>

2015년 봄날 정 정순 시인은 「미늘」 시집을 출판했다며 책을 건넸다.
김 천정 그림을 표지화 한 미늘이 강한 의미를 전하고 있었다. 독자들이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으면 낚시에 걸려든 물고기처럼 낚이고 말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티브이에서 ‘한국사기’를 간략히 소개한다. 백제가 패망하는 과정이 신라 김춘추
의 창의적인 사고의 발상이었다. 절대적인 신라 사랑이 내공이었다. 백마강을
보며 구드래 나루에서 저 먼 계백의 말울음과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과 삼천
궁녀들의 낙화를 보고 듣는 시인.

한 나라의 사직을 한 눈에 본다. 과거 나라 이름을 검색하면 반드시 마지막 왕이 있다.
우리들은 그러한 역사를 익히 알면서 또 그 역사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흘러가는 백마강처럼 영원할 수가 없어 시 한 수를 남기는 걸까? 그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서.

*영가무도는 오음 : ‘음 ⦁아⦁ 어⦁ 우 ⦁이’를 외우면서 춤을 추는 것을 말한다.
내공과 외공이 함께 어우러지는 수련이다. 150년 전 ‘노인은 영가(詠歌)하고 아해는
무도(舞蹈)하더라‘는 대야발의 단기고사를 전해들을 수 있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오장에서 나오는 오음
음률로 자신을 편안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갖어보자. (芝暄堂)

교육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