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그늘 ... 김 현승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이 밝음, 이 빛은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남음이 있구나

그늘―너에게서……내 아버지의 집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그늘,오월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 이팝나무―네 이름 아래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김현승 (1913 ~ 1975)
다형 김현승은 광주광역시 양림동, 호남신학대학교, 광주무등산, 숭실대학교 교정 등 시비가 있다.

<대나무들창을 열며>

내가 시인이 된 팔할이 김현승 시인 덕인가 되묻는다. 결혼 전 까지 양림동에 살았고, ‘가을의 기도’라는 시를 외우며 하교시간, 석양이 양림동산의 나목을 태울 듯 붉을 때 나는 알지 못할 시공간에 머물곤 했다. 사람의 성장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 유력하다.

이제 시인된지 25년이 되어간다. 다형 김현승 시인의 시세계에 몰입해본다.
푸르른 오월의 숲길을 산책하며 읽는 다형의 시 오월의 그늘.

신록을 보고 좋기만 한 내가 밝음의 다른 말 그늘을 안다. 흰 그늘. 시김새, 개미 등 모두 정서가 밝음의 다른 말이다. 반조하는 세상까지 품어야 완숙이 된다.

쌀밥나무라는 이팝나무의 자잘한 흰꽃들이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올 때 왠지 상쾌한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좋은 일만 연상된다. 그늘이 생기는 건 거기 그늘의 본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는 그것이 밝음이라고 끝없이 채우고도 남음이 있다고 밝음이라고 일러준다.

풍성한 오월. 절대자의 보이지 않는 손길은 대지를 풍성하게 만든다. 아버지의 원탁에 둘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자. 흰 이팝꽃들이 향기를 내품는 숲에서. 또는 이팝나무 길을 따라 흰꽃을 바라보자. 몸도 마음도 순결해지는 오월의 그늘이다. (芝暄堂)

교육연합뉴스